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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밀레니얼 키워드 두번째 "가취관"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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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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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연

17,573

코드 맞는 아무개 씨와 즐기는 가벼운 유희

 

밀레니얼 세대의 관계 양상은 단발적이고 휘발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다. 안면이 있는 지인과의 끈적한 관계는 거침없이 잘라내고, 그 반대급부로 익명의 누군가와 가벼운 관계를 맺는 것에 이끌린다. 물론 얼굴도 모르는 이와 무겁고 진지한 철학 논의를 펼칠 리는 만무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오프라인상에서 마주한 ‘낯선 아무개 씨’와 가벼운 유희를 즐김으로써 자신의 취향을 행사하고 재확인한다. 코드가 비슷한 누군가와 의미 없는 농담을 던지며 한바탕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한다. 

 

말하지 않는 채팅방, 취향만을 말하는 ‘고독한 ◯◯ 방’ 

2018년 초 카카오톡을 강타한 키워드는 ‘고독’이었다. 소통 용도의 메신저에 어울리지 않게 웬 고독이냐고? 다름 아닌 ‘고독한 ○○방’ 열풍 때문이었다.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 가능한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 기능을 이용하여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고독을 콘셉트로 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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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아이돌, 예능등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오픈 채팅방을 개설 중 이다. _카카오톡 오픈 채팅 ‘고독한 ○○방’ 검색

 

인사 정도의 짧은 텍스트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이 독특한 채팅방에서는 정해진 주제에 대한 이미지, 즉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돌고 도는 자투리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개인 소개도, 환영 인사도, 안부를 묻는 대화도,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일반적으로 ‘대화’라고 할 수 있는 모든 텍스트로의 소통이 금지된다.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쓸없저(‘쓸모없지만 저장’의 줄임말)’ 이미지나 짤들만 자랑하듯 올리는 것이 전부다. 상대방이 보낸 짤에 “재밌다”라는 반응도 할 수 없다. 이전에는 없던 ‘취향’을 저장하는 아카이브 역할의 특이한 모임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강아지, 캐릭터, 다이어트 등으로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참여하는 ‘고독한 ○○방’의 매력은 얼굴도 ,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그저 취향이 같다는 이유로 가볍게 모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불필요한 대화 없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공유하고 공유받는 것이다. 이렇게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잣대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멍석은 셀프로 깔고 놉니다 

학점, 스펙, 취업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3대장이다. 어찌어찌 3대장을 해치우고 취업의 관문을 넘었다고 해도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많은 상처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와 상처를 해소할 수 있는 감정의 배출구가 필요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짜증과 화가 나는 순간에도 불이익이 돌아올까 걱정되어 속으로 삭히게 된다. 마음껏 재미를 찾아 나서고 싶지만 시간도 부족하다. ‘대신 ○○해주는 페이지’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감정 배출 창구다. ‘대신 화 내주는 페이지’, ‘대신 뻔뻔 페이지’ ‘대신 상사 욕 해주는 페이지’ 등 다양한 개인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며 감정 대리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현실에서 표출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대신 표출해주는 이 페이지들에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전국의 공주님들 모이세요’ 페이스북 페이지의 인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신 ○○해주는 페이지’가 감정을 배출하기 위한 대리만족 용도로 쓰인다면, ‘전국의 공주님들 모이세요’ 페이스북 페이지는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트렌드이다. 개설된 지 2개월 만에 20만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끈 이 페이지는 독자를 모두 ‘공주’라고 칭하며, ‘공주라면 모두 친구’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어떠한 상황에도 ‘난 공주님인데? 너도 사실 공주잖아!’를 외치는 뻔뻔함에 밀레니얼 세대는 웃음으로 반응한다. 이처럼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는 겪고 있는 상황, 취향, 코드만 맞는다면 셀프로 멍석을 깔아 온라인에 판을 벌려 즐기며 감정을 승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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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에서 뱉기 힘든 말을 대신 해주는 페이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_‘대신 상사 욕 해주는 페이지’ 페이스 북 페이지 

> 2. 인기를 끌며 늘어난 ‘전국의 ○○○들 모이세요’ 페이지 _페이스북 ‘전국의 ○○○들 모이세요’ 검색

 

치킨이 스펙, 돌이 친구! 재미에서 의미를 왜 찾아? 

2017년 화제를 이끌었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2018년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치믈리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무려 57만 명이 지원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영광은 500명에게 주어졌고,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시식 테스트 등을 통해 47명만이 합격했다. ‘치킨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의 장을 만들어준 것만으로 연령대, 지역, 살아온 환경이 모두 다른 이들이 열광하며 뭉쳤다.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소개서에 적기도 민망한 스펙(?)이지만 그저 유희를 위한 하나의 놀이문화에 참여했다는 만족감만으로도 밀레니얼 세대는 충분히 반응한다. 피키캐스트에서 진행했던 애완돌 행사 또한 마찬가지다. 애완돌 증정 이벤트에는 4만여 명이 몰렸다. 애완돌이라고 해봤자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멩이에 불과했다. 그저 돌에 ‘애완’이라는 접두사를 붙인 발칙함 하나에 재미를 느낀 수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반응한 것이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뽐내달라는 이벤트 조건 또한 애완돌 이벤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일반 이벤트 조건과는 달리, 현실에 지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저격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더욱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애완돌 이벤트에 당첨된 82명의 당첨자들은 이를 인증하고 공유하며 재미를 나누었다. 아무 의미도, 맥락도 없는 이벤트였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저 취향을 자극하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 ‘B급 감성’의 힘도 느낄 수 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익명의 아무개 씨와 오늘도 밀레니얼 세대는 의미 없는 재미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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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벌써 2회째를 맞은 치믈리에 자격시험 _‘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 홈페이지

> 2. 치킨을 맛보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치믈리에 자격시험.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_<더피알>

 

 

 

트렌드 MZ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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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 Z세대 5대 마케팅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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