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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행동을 좌우하는 뇌 - 청소년 인문학 수업( 사회·과학·경제)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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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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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17,012

 

 

무게 1.4킬로그램에 불과한 뇌는 인간의 신체 기능은 물론 성격과 행동을 결정하고 마음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19세기 이후 뇌과학의 발전으로 가소성, 기억력, 뇌세포의 재생능력 등 인간의 무궁무진한 능력이 뇌에서 발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뇌는 신비에 싸여 있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알아가는 지름길이다.

 

 

뇌기능 연구의 전환점이 된 사건

 

1848년 9월 13일, 미국 버몬트주 철로공사현장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직경 3센티미터 길이 1미터의 쇠막대가 25세 청년의 얼굴을 관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년은 두개골과 왼쪽 대뇌 전두엽 부위에 손상을 입었다. 누가 보더라도 청년은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그 지역의 의사인 존 M. 할로 John M. Harlow에게 한 달가량 치료를 받으면서 기적처럼 회복했다. 동료들은 청년의 복귀를 환영했으나,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청년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사고 전의 모습과는 딴판으로 변했다. 친구들조차 사고 전의 온유했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 청년은 신경질적이 되었고 참을성이 사라졌으며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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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어스 게이지와 사고 부위

 

앞의 이야기가 뇌과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사건이다. 이 사건 전까지 전두엽 부위는 특별히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정론이었으며, 전문가들은 전두엽을 ‘침묵의 뇌’로 불렀다. 그러나 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된 후 피니어스 게이지에게 나타난 성격 변화는 19세기 뇌과학 분야에서 큰 논쟁 거리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두엽의 기능이 본격적으로 연구되었으며, 전두엽 기능이 인간의 성격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피니어스 게이지가 죽을 때까지 그를 돌보며 관찰했던 할로 박사는 그가 사망한 후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를 기증했다. MRI가 개발되자 신경생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교수는 게이지의 두개골을 촬영해 실제 쇠막대가 뇌의 어느 부위를 관통했는지 확인한 후 두개골을 3차원으로 입체화해 전두엽 손상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논문은 국제학술지〈사이언스〉에 등재되면서 뇌과학 분야의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받았다. 이를 계기로 뇌기능에 대한 지식은 점차 확장되기 시작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두개골과 쇠막대는 현재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신체 각 부위와 대응하는 대뇌 영역

 

인간의 뇌는 약 1.3~1.5킬로그램 정도로 체중의 2.5퍼센트에 불과한, 그리 크지 않은 조직이다. 하지만 뇌가 우리 몸에 필요한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20퍼센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조직에 비해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뇌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neuron로 구성되어 있고, 약1천조의 시냅스(신경세포 뉴런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지점)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대뇌,

간뇌, 중뇌, 뇌교, 연수, 소뇌의 5개 영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고등동물일수록 대뇌가 커지고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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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의 구조

 

인간의 두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주름이 심하게 잡혀 있는데, 이는 한정된 두개골 안에서 최대한 면적을 확보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였을 것이다. 즉, 주름이 많이 잡혀 있는 뇌일수록 기능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위의 기능이 조금 다르다. 대뇌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 회색으로 보이는 피질인 회백질과 신경섬유가 모여 있어 흰색으로 보이는 백질로 나눌 수 있다. 회백질은 평균 2밀리미터 정도의 두께지만, 정신질환과 같은 병을 앓고 있을 경우에는 피질이 얇아지기도한다. 신경세포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뇌피질은 대뇌반구의 바깥쪽 표층을 이루는 부위이며 주로 감각, 운동, 기억 등 고위중추기능과 관련이 있다. 특정 위치의 피질 주름이 들어간 부위인 대뇌구sulcus에 의해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누어진다. 기능적으로 측두엽은 청각 기능, 기억, 언어와 관련 있고, 두정엽은 촉각, 지각 능력, 후두엽은 시각 능력과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오랫동안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피니어스 게이지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실은 성격과 판단력, 실행 기능, 외부 환경과의 적절한 관계 형성 등 뇌활동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20세기 초 독일의 신경학자 코르비니안 브로드만Korbinian Broadmann이 신경세포의 구축학적인 차이를 이용해 대뇌피질을 47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제 ‘브로드만 영역 몇 번’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에 해당하는 뇌영역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뇌영역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내고, 이를 실제 신체 구조와 대응시켜 지도 형태로 처음 그린 사람은 1930년대 캐나다의 신경외과의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다. 펜필드는 실제 수술을 하면서 환자의 뇌를 침으로 자극해 그 반응이 신체 어느 부위와 연관되어 있는지 연구했다. 이를 통해 운동이나 감각 기능이 뇌의 특정 영역과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펜필드 뇌지도Penfield brain map다. 이 지도를 통해 신체 중에서 어떤 부위에 더 많은 신경세포가 관련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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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질 신체 감각 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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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필드 뇌지도

 

 

 

혀, 손가락, 발 등의 부위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관장하는 뇌는 상대적으로 매우 넓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신경세포가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또 치매와 같은 질병이 진행되면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 점차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뇌의 각 부분에 대응하는 신체부위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된다.

 

 

뇌를 움직이는 200종 이상의 신경전달물질

 

신경세포는 신경몸체와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인 축색 그리고 축색종말로 되어 있다. 한 신경세포에서의 시그널이 몸체에서 축색을 통해 축색종말까지 전달되는데, 신경세포끼리는 약간의 간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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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

 

정보가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냅스에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이를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뇌에는 약 200종 이상의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대표적으로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가바GABA, 글루타민 등이 있고 각기 다른 기능을 한다.

 

그중 세로토닌을 한번 살펴보자. 세로토닌은 정서 조절, 식욕, 성욕, 수면, 기억력, 학습 동기 등과 관련 있다. 세로토닌 기능이 저하되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제인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기능을 증가시키는 약물로,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도파민은 행동과 인식, 자발적인 움직임, 동기부여, 처벌과 보상 등과 관련이 있다. 흑질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퇴화해 도파민 기능이 감소하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또한 전두엽이나 선조체 부위의 도파민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병이 발병한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 기능을 떨어뜨려 정신병 증상을 치료하고 있다. 코카인이나 LSD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 증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약물이 도파민 기능을 과도하게 항진하기 때문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자율신경계 기능과 관련이 있으며, 교감신경에 작용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신체가 응급상황에 대처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우리 뇌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에 의해 작동 범위와 기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다 알 수 없는 신비의 영역

 

인간의 뇌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일종의 회로처럼 복잡하게 서로 연결돼 있다. 동양철학에서 인간을 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뇌가 우주처럼 방대하고 신비롭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순히 뇌의 기능을 유추하던 17~18세기를 지나 20세기 이후 인지과학과 뇌과학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그동안 신비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의식, 무의식, 영적 경험, 명상, 종교적 현상까지 뇌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이 작은 기관이 어떻게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정신이라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일까? 뇌기능은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세포에 따라 결정되므로, 신경세포의 모든 연결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국립보건원이 지난 2009년부터 약 39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진행하는 휴먼커넥톰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뇌 속의 신경세포 연결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뇌지도로, 즉 일종의 뇌 회로도를 밝혀내는 게 목표다. 여기서 커넥톰은 단순히 뇌 안에 있는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속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을 가리킨다. 휴먼커넥톰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뇌기능은 더욱 자세하게 밝혀질 것이다.

 

생각과 감정, 행동 등 인간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학적 결과일 뿐이다. 그 아래에서 관련된 뇌의 신경회로가 작용하고, 신경회로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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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커넥톰프로젝트가 수행하는 연구의 뇌지도 샘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분자나 유전자가 작동하며, DNA까지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회로와 DNA 작용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과의식이라는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순 없다.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뇌를 생각하면, 정신-뇌-물질의 관계가 백 퍼센트 밝혀지는 날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부와 삶을 연결하는 인문학 - 사회·과학·경제

청소년 인문학 수업 -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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