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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임백준 컬럼(1)]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그 자체가 대학과 같다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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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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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24,516

저자 : 임백준

임백준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봄방학이 되면 "칼리지 투어(college tour)"라는 것을 한다. 자기가 진학하고 싶은 대학을 몇 군데 방문하여 학교 측으로부터 입학사정, 등록금, 커리큘럼 등에 대한 설명도 듣고, 캠퍼스도 돌아보고, 강의도 하나 청강하면서 해당 학교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는 여행이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간 올해는 우리 가족도 봄방학을 이용해서 칼리지 투어를 했다. 이렇게 방문한 학교 중에서 필라델피아 근처에 있는 스와스모어 칼리지(Swarthmore)가 인상적이었다. 스와스모어는 퀘이어 교도 사람들이 1864년에 설립한 사립대학이다. 전체 학생 수가 15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식물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캠퍼스의 나무와 잔디는 아늑하고 고즈넉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교과과정, 고급스럽고 운치 있는 강의실 건물, 도서관, 식당, 기숙사를 둘러보면서 나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이런 곳에서 4년 동안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뜨겁게 솟아올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그 자체가 대학과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직업에 "입학"한 사람은 공부를 멈출 수 없다는 뜻이다. 프로그래머의 대학 교정은 컴퓨터 스크린 안에 활짝 펼쳐지고, 웹브라우저라는 도서관과 이클립스나 비주얼스튜디오라는 실험실에서 밤을 새운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러다임과 기술은 해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로 듣는 전공수업과 비슷하다. 철학자들의 선문답처럼 알쏭달쏭한 객체지향이라는 개념을 겨우 파악했는가 싶었는데, 함수프로그래밍이라는 (사실은 객체지향보다 더 오래된) 새로운 개념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자바라는 언어를 이제 좀 알겠다 싶었는데, 루비니, 파이썬이니, 스칼라니 하는 이색적인 언어가 등장해서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새롭게 나타나는 기술만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 구조,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운영체제 등과 관련된 지식도 계속 가다듬고 공부하지 않으면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적인 도전, 학습에 대한 욕구, 공부하는 즐거움이 차고 넘친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스와스모어의 교정처럼 아늑한 상아탑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고, 흥미로운 문제를 앞에 놓고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누워서 읽는 퍼즐북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단순해서 밤을 지새울 정도로 흥미로운 문제가 없다고? 그런 사람에게는 프로젝트 오일러를 권한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산처럼 그득하고, 전 세계의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선의의 경쟁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서 말이다. 프로젝트 오일러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래밍 사이트로는 코드쉐프라는 곳도 있다. 아직 대학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라면 몰라도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만으로도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핵심은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서 인위적인 문제를 푸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학습에 있다. 잠시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내가 지금 열정을 품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컴퓨터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가상의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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